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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모빌리티 산업의 게임 체인저] 한지형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대표 

“완전 무인 특수목적 차량으로 시장 선점” 

대한민국 자율주행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있다. 지난 2018년 현대자동차 연구원 출신들이 의기투합해 설립한 오토노머스에이투지다. “우리의 경쟁 상대는 글로벌 자율주행 기업”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한지형 대표를 경기도 평촌에 있는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본사에서 만났다.

▎지난 8월 9일 경기도 평촌에 있는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본사에서 만난 한지형 대표. 현대자동차 책임연구원을 지낸 엔지니어 출신 기업가로서 국내 자율주행차 시장을 이끌고 있다.
미래 자동차 기술의 종착지는 완벽한 자율주행이다. 운전자 없이 탑승자가 원하는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하는 것이 최종 단계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물론 IT 공룡들도 자율주행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하지만 막대한 자본과 인프라를 갖춘 초대형 기업들에 맞서 오로지 기술력 하나로 과감하게 경쟁에 뛰어든 국내 벤처·스타트업들도 있다. 자율주행 차량 솔루션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대표적인 기업이다.

지난 8월 9일 경기도 평촌의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본사에서 한지형(40) 대표를 만났다. 한양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한 대표는 현대자동차 책임연구원을 지낸 엔지니어 출신 기업가다. 현대자동차에서 12년간 쌓은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동료 연구원 3명과 함께 오토노머스에이투지를 설립했다.

한 대표는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의 자율주행 기술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자부했다. 그는 “실제 도로에서의 국내 자율주행 기술이 구글 웨이모나 아마존 죽스 같은 세계적인 선도 기업들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며 “앞으로 자율주행 기술의 완성도를 더욱 높여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자율주행 시장에 진출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대학 졸업 후 현대자동차에 입사해 주로 자동차 엔진과 변속기 양산 업무를 맡았다. 그러다 경기도 의왕에 있는 중앙연구소로 옮겨 자율주행차 개발에 합류하게 됐다. 그곳에서 투싼수소연료전지차, 쏘울, 아이오닉, 넥쏘, 제네시스 G80 등을 개조한 자율주행 차량을 개발했다. 아울러 해마다 열리는 미국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 참가해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큰 흐름을 보게 됐다. 당시는 자율주행 시장이 막 태동하고 있는 시기라 회사 규모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동일한 기회가 열려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고 창업을 결심했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어떤 기업인가.

한마디로 자율주행 기술을 현실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회사다. 연구를 위한 기술개발이 아니라 양산을 위한 기술개발을 하고 있다. 이는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추구하는 철학이기도 하다. 자율주행 기술이 실제로 양산 단계에 이르기 위해서는 완벽에 가까운 기술개발이 전제돼야 한다. 사고 확률이 0.001%라고 해도 국내에서만 하루에 차량 수천 대가 이유 없이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기술은 인지·판단·제어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각 단계를 이루는 전체 기술이 유기적으로 잘 엮여 있어야만 완벽한 자율주행 기술이 구현될 수 있다.

완벽한 자율주행 기술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의 자율주행 기술이 집약된 차량 플랫폼. 자율주행의 핵심인 인지·판단·제어 부문에 외부의 오픈 플랫폼을 쓰지 않고 모두 자체 알고리즘으로 구현한다.
우리는 자율주행의 핵심인 인지·판단·제어 부문에 외부의 오픈 플랫폼을 쓰지 않고 모두 자체 알고리즘으로 구현한다. 설계는 물론 차량 개조와 양산까지 직접 개발하고 있다. 연구를 위한 학문이 아니라 양산을 위한 기술을 배경으로 일을 시작한 전문가들이 모여서 만들어낸 당연한 결과다. 창업 초기부터 자율주행 기술의 A부터 Z까지 우리가 모두 직접 개발해야만 우리가 추구하는 궁극의 자율주행 기술이 완성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처럼 자율주행 기술을 완벽하게 구현하고자 하는 의지는 우리의 사명에도 담겨 있다.

회사 설립 이후 가장 대표적인 성과를 소개해달라.

무엇보다 지난해 12월 카카오모빌리티와 함께 선보인 자율주행 유상운송 서비스다. 세종시 정부청사와 세종시청 주변까지 총연장 30㎞가 넘는 구간에서 온디맨드(on-demand, 수요응답형) 형식으로 자율주행 이동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국내 최초의 자율주행 서비스이자 일반 도로에서 상시적으로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유상운송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동안 자율주행차는 연구 목적으로만 활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국토교통부에서 자율주행 관련 기술들의 개발 활성화를 위해 일부 지역을 선정해 유상운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운수사업자 면허를 발급하는 법을 시행했고, 우리는 그 법을 활용해 서비스를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우리가 개발한 자율주행 자동차와 일반 시민들의 접점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후 카카오모빌리티와 협업을 진행하게 되면서 일반 시민들과 만나는 접점을 쉽게 찾을 수 있었고, 결제 서비스까지 한꺼번에 해결되면서 자율주행차 상용화 촉진법의 취지를 100%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완벽한 자율주행 기술 추구하는 혁신기업


▎지난 3월 세종 자율주행실증 규제자유특구에서 테스트 중인 자율주행 버스.
최근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부분은 뭔가.

앞서 언급했듯이 0.001% 사고 확률을 줄일 수 있는 기술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차량이 완전 무인 상태로 주행하면서 겪게 되는 특수한 상황들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예를 들어 도로에 나무가 넘어져 있거나 트럭 적재함의 물건들이 쏟아져 있는 상황들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기계적 학습이나 알고리즘으로 대처하기 힘든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모든 돌발 상황이 해결돼야만 완전한 자율주행 기술의 상용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율주행 스타트업을 이끌어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소개해달라.

카카오모빌리티와 함께 자율주행 유상운송 서비스를 론칭하는 날이었다. 세종시장을 비롯해 지역 국회의원, 국토부 담당 실장 등 정부와 지자체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행사였는데 그날 하필 엄청나게 많은 눈이 내렸다. 사실 적당한 양의 눈이나 비가 오는 상황에서는 테스트를 해봤지만 그날은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함박눈이 내렸다. 사전 설명 행사를 진행하는 동안 도로에 눈이 덮여서 차선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1호 승객으로 세종시장을 태우고 4㎞ 코스에서 시승을 진행했는데 사람이 운전하기도 힘든 도로 상황에서도 완벽하게 주행을 마쳐 행사에 참석한 모든 사람이 우리 기술에 놀라움과 감탄을 금치 못했다.

평소 어떤 철학으로 경영에 임하는지 궁금하다.


▎지난 4월 경기도 화성시에서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시범 운행을 진행한 자율주행 셔틀버스.
나에게는 두 가지 철학이 있다. 하나는 창업 초기부터 갖고 있던 생각인데 ‘양산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하자’다. 이후 회사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구성원들이 행복하고 만족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자’라는 철학도 갖게 됐다. 우리 창업자들은 스타급 학자나 개발자들이 아니다. 대기업 연구소에서 막내 시절을 겪으며 열심히 일하던 엔지니어들이 창업한 터라 경영진 모두가 회사 실무자의 입장을 매우 잘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 회사에는 보고를 위한 보고, 회의를 위한 회의 같은 것이 없다. 평소 직원들에게 ‘행복하고 만족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우리 같은 기술기업에는 결국 직원 한 명 한 명이 가장 큰 자산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행복을 느끼면서 긍정적인 마인드로 회사 생활을 해야 궁극적으로 회사도 성장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롤 모델로 삼고 있는 기업가도 있을 것 같다.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회장을 존경한다. 그의 삶을 기록한 자서전과 평전도 많이 읽었다. 흙수저 출신의 기댈 곳 없는 배경을 갖고 태어났지만 강인한 신념과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기업을 일궈나간 모습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아울러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배달의민족의 김봉진 대표,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 같은 혁신가들을 닮으려고 노력한다. 그들처럼 자신의 신념과 믿음을 묵묵히 실천해나간 기업인으로 남고 싶다.

세계 최고의 무인 모빌리티 기업이 목표


▎지난 3월 광주광역시 규제자유특구에서 테스트 중인 완전 무인 청소차.
향후 자율주행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나.

사실 자율주행 상용화는 그리 먼 미래가 아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앞으로 자율주행 시장은 일반 승용차 기반의 완전 자율주행보다는 스마트시티를 비롯한 대형 사업장이나 공장처럼 제한된 지역에서 저속으로 운행하는 무인 모빌리티 형태의 시장이 먼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전국의 모든 도로에서 고속으로 달리는 승용차보다는 ‘제한된 지역’과 ‘저속’이라는 한정적인 범위를 정함으로써 상당한 위험 요소를 걷어낼 수 있고, 그렇게 하면 개발 범위를 축소할 수 있어 최소 10년 정도는 먼저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자율주행 시장에서의 성공 전략을 밝혀달라.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는 일반 승용차 시장의 B2C 사업이 아니라 일부 제한된 지역에서 저속으로 운행하는 특수목적 차량에 대한 완전 무인화 전략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화를 추진해나갈 예정이다. 일반 승용차 시장이 훨씬 더 크고 대부분의 완성차 제조사들이 그 시장에 집중하고 있지만, 사실 그 시장은 막강한 자본력과 오랜 기간의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우리의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면서 현재 우리가 가진 자본과 인력을 바탕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에 선택과 집중을 해나갈 계획이다.

신기술 개발이나 플랫폼 확장 등 중장기 사업계획이 궁금하다.

사실 사람이 차량에 타고 있는 것을 전제로 한 자율주행 기술과 완전 무인화를 전제로 한 자율주행 기술은 유사해 보이지만 상당히 많이 다르다. 특히 사람이 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도로 통제(끊김)나 불법주정차 상황, 차량 고장 상황 등 최후의 상황에서조차 스스로 운행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의 자율주행은 단순히 차량 자체적인 기술만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에 통신이나 인프라와의 연동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스마트시티같이 신설되는 도로 환경에 맞춰 우리의 차량 플랫폼을 확장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자율주행 자체에 대한 기술 완성을 목표로 달려왔다. 이제 그 기술은 어느 정도 완성됐고 국내에서는 이미 도로 실증을 통한 검증도 이뤄진 상황인지라 이제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해볼 계획이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 수장으로서 미래 비전을 밝혀달라.

대한민국 산업의 역사를 살펴보면 현대나 삼성에 이어 네이버와 카카오가 있었던 것 같다. 이제 우리가 그 바통을 이어받아 향후 대한민국 산업을 이끌어갈 수 있는 세계 최고의 무인 모빌리티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한 조건은 이미 충분히 갖췄다고 생각한다. 자동차는 물론 IT와 통신 분야의 기술기업들이 모두 국내에 모여 있고, 정부에서도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3년간 우리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기술 발전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리고 이는 본격적인 글로벌 진출을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 이제 우리의 최종 목표를 위해 본격적으로 달려볼 생각이다.

-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202109호 (2021.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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